아멜리아 지방 만유기(漫遊記)



스페셜 13권에 실린 아멜리아의 외전으로 아멜리아가 13, 4살 쯤에 일어난 에피소드. 가우리 외전이나 제르가디스 외전과 달리 특별한 의미가 담긴 내용이 아닌, 다른 스페셜들과 마찬가지로 재미 위주. 복수의 칼날에 나오는 레미도 등장.



세계는 대체적으로 평화로웠다.

다소, 어딘가 나라의 국경 근처에서 작은 다툼이 있다거나 여기저기에서 마족, 몬스터가 날뛰고 있다거나 하지만 별로 그런 건 이제와서 시작된 일이 아닌, 말하자면 옛날부터의 전통행사같은 것이다.

그리고 - 이곳에도.

그런 옛날부터 자주 있는 광경이 있었다.

 

"헤... 이제 도망칠 곳은 없어. 아가씨."

"각오하라고."

메뉴얼 대로의 협박 문구를 능글맞은 어조로 내뱉은 남자들은 더욱 한걸음, 걸어나왔다.

손에 든 검이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고 번뜩였다.

무심코 한 걸음 물러서는 여자의 등이 뒤의 나무 줄기에 닿았다.

포위당한 여자는 나이라면 20세를 넘은. 붉은 롱 헤어의 미인이었다.

하지만 그 미모도 지금은 공포와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상대는 남자가 다섯. 무술의 소양이 없는 그녀는 남자들의 실력은 알 수 없지만 그녀도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이 포위를 깨고 도망치는 것은 그녀에게는 불가능하다, 라는 것이었다.

"...큭!"

나무에 등을 대고 작게 신음하고는 거의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허리의 단검을 뽑아든다.

그러나 - 남자들의 얼굴에서 조롱하는 듯한 능글맞은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호오오. 그걸로 우리들과 싸우겠다고?"

"바보로군. 저항하지 않으면 편하게 죽여줄 걸 말이야."

"뭐, 저항하고 싶다면 하면 되지. 결국-"

남자 한 명이 스륵, 검을 고쳐잡는다.

그 눈동자에 머물러 있는 것은 - 살기.

"네가 죽는다는 것에 변함은 없어!"

외치고 땅을 찬 그 순간!

"어리석은!"

나무들 사이에 메아리친 것은 아직 젊은 여자의 - 아니 소녀의 목소리였다.

물론, 눈 앞의 여자가 발한 것은 아니다.

"뭐야!?"

남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당황해서 주변을 둘려보지만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위다!"

한 명의 남자가 높인 소리에 일동,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 사이의 햇빛에 뒤섞여 녹아들어간 듯이 나무 줄기 끝에 서 있는 그림자 하나!

"하늘이 부른다, 땅이 부른다, 사람이 부른다! 악을 쓰러트리라고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바람이 나에게 실어온다!"

""............................""

갑자기 시작된 설명에 대체 뭘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도 모른 채 경직하는 일동.

"세상에 있는 악을 멸하기 위해, 마음의 어둠을 징계하기 위해..."

"핫."

쾅.

우수수스사사사사삭! 털썩!

자신으로 돌아간 남자 한 명이 아무렇게나 던진 돌에 직격당해 '그것' 은 간단히, 나뭇잎을 흔들며 지면에 떨어졌다.

그것은-

"어린애!?"

남자 한 명이 무심코 놀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렇다.

떨어져 내려온 것은 흰 망토에 흰 옷. 어깨까지 닿는 검은 머리카락. 나이라면 13, 4의 한 명의 소녀였다.

"목소리로 여자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나, 좀 더 이상한 게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는 여자지만 뭔지 알 수 없는 생물이 떨어진다는 전개가 될까나, 하고 기대했다고. 난."

멋대로 말하는 남자들을 신경쓰지 않고 떨어져온 소녀는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고 옆의 나무 줄기에 매달렸다.

"다시 안올라가도 되 다시 안올라가도."

소녀의 망토를 붙잡고 차가운 어조로 지적하는 여자.

-아무래도 지나치게 갑작스런 전개에 이 틈에 도망치자, 라고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대사가 아직 도중..."

"됐으니까. 그래서? 뭐야? 너."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다소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탓, 하고 지면에 내려서서는 처어억! 남자들을 가리키고,

"악의 기미를 감지하고 처벌하러 온 겁니다!"

일순의 침묵. 그리고-

남자들은 폭소했다.

혼잡한 틈을 타서 습격당하고 있던 여자도 폭소하고 있거나 하다.

"그... 그럼 뭐야? 아가씨가 우리들을 '처벌' 한다는 거야?"

"파이어 볼!"

 

퍼어엉.

 

소녀의 대답은 주문과 폭발.

그 일격으로 서 있는 것은 소녀와 여자, 둘 뿐이었다.

"...너... 너, 꽤 강하네."

비명을 지를 틈 조차 없이 알맞게 구워져 꿈틀거리고 있는 남자들에게 눈길을 주고 여자는 감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에 있는 한 결코 악에게는 굴하지 않습니다! 그럼! 그런 걸로!"

"-기다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가려는 소녀의 망토를 다시 뒤에서 붙잡고 여자는 불러세웠다.

"너, 악인을 처치하는게 취미라면 - 어때? 작은 일 하나 해 주지 않겠어?"

"일... 입니까?"

마음이 끌리지 않는 표정의 소녀에게 나지막이,

"처벌할 건수가 있는 싱싱한 악인도 있어."

"정말인가요!? 그런 거라면 기꺼이 해 드리겠습니다!"

그 한 마디에 소녀는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끄덕였다.

"오케이. 난 다이아나야."

"저는-"

다이아나가 내민 오른손을 힘있게 쥐고 소녀는 말했다.

"아멜리아, 라고 불러주세요!"

 

"여기가 내 집이야."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고 다이아나가 가리킨 것은 마을의 중심 근처에 서 있는 하얀 벽의 깔끔한 집이었다.

성왕국 세일룬.

수도 세일룬 시티에서 북으로 이틀. 작은 산 하나를 넘은 장소에 이곳, 프라이엄 시티는 있었다.

"헤-에."

그다지 마음에 없는 맞장구를 치는 아멜리아에게 다이아나는 일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마음을 다잡고 웃는 얼굴을 지으며,

"이래보여도 나, 이 도시에선 조금은 이름이 알려진 상인이라서."

"그런가요."

웃는 얼굴로, 하지만 역시 마음에 없는 아멜리아의 맞장구에 다이아나는 약간 화가 나서,

"그래."

퉁명스럽게 말하고 현관으로 향한다.

마중하는 집사에게 홍차를 가지고 오도록 지시하고 다이아나는 아멜리아를 객실로 안내했다.

"-그래서, 어디의 누구입니까!? 제가 쓰러트려야 할 악은!"

자리에 앉은 그 순간. 아무런 본론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내는 아멜리아.

"...가... 갑자기 오는구나... 뭐, 얘기가 빨라서 좋지만..."

그 기세에 다이아나는 다소 기가 죽으면서도,

"아까 마을 한 가운데에 작은 성이 보였지? 이 부근을 다스리는 로드 자이엔의 성인데- 그 로드 자이엔이야.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녀석이란 건."

"뭐라고요오오오오옷!"

듣자마자 아멜리아는 타앙! 테이블에 한쪽 발을 올리고 꾸우욱! 주먹을 쥐며,

"로드라고 하는 인민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 그 그림자에서 악을 행하다니 더할 나위 없이 괘씸하군!"

"...저기... 그 테이블 꽤 비싼 건데..."

"테이블에 대한 건 제쳐두고! 악한 짓을 하는 패거리에게는 천벌로서 질책해야만 합니다! 하늘이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면 대신해서 내가 내릴 뿐!"

"...그... 그래... 힘내..."

한차례 말을 늘어놓고 진정한 건지 아멜리아는 다시 의자에 앉고,

"그래서! 어떤 악행을 하고 있는 건가요!"

"에-또..."

다이아나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마음을 다잡고,

"나, 로드가 있는 곳에 가끔 출입해서 거래같은 걸 하고 있는데 그래서 알아버린 거야. 로드가 아무래도 마약 밀매에 가담하고 있다, 라는 걸 말이야."

"마약!?"

"그래. 아마 가도에서 나를 습격한 녀석들도 로드가 고용한 거야. 쓸데없는 것을 안 나를 죽이기 위해서 말이야."

"그런 짓을!"

아멜리아는 다시 타앙! 타이블에 발을 얹고,

"로드라고 하는 인민을 지켜야 할..."

"그거 들었어. 아까 들었어."

"어쨌든! 그렇게 정했으면 조속한 처벌이 있을 뿐입니다!"

"...아니 저기..."

다이아나가 막을 틈도 없이.

아멜리아는 대쉬로 방을 뛰어나가고 있었다.

 

"이 바보가아아아아앗!"

울려 퍼지는 더럽게 시끄러운 목소리에, 대기하고 있던 다섯 명의 남자들은 귀를 막고 몸을 움츠렸다.

일동의 앞에 분노의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은 훌륭한 옷과 턱수염, 궁상스러운 얼굴과 체격의 중년 남자.

옷과 수염으로 가까스로 위엄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이 남자야말로 이 도시를 지배하는 로드 자이엔 그 사람이었다.

"'실패했다' 로 끝날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거냐!? -알겠나? 소문에 의하면 피리오넬 왕자가 란디 왕자와 함께 지방 시찰을 나갔다고. 만약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이 그 귀에라도 들어가 봐! 대체 어떻게 될 지 생각이라도해 봤나!? 내 로드 지위는 박탈. 너희들도 단 국물을 빨아먹을 수 없게 된다 - 그 뿐 아니라 길거리를 헤매, 아니, 같이 단죄 당하게 된다고! 알고 있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남자 한 명이 그저 무조건 사죄하며 머리를 숙인다.

얼마 전-

가도에서 다이아나를 습격한 그 5인. 그들의 정체는 실은 명백한 자이엔의 부하 기사들이었다.

-하긴 기사라고 해도 자이엔이 마약 밀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을 빌려주고 있는 것이므로 근처의 건달과 다르지 않은 - 아니, 오히려 건달 이하의 녀석들이긴 하지만.

"이상한 방해가 끼어들어서... 보기에는 그냥 꼬마 계집이었습니다만 이게 마도를 조종해서 주문으로 불의를..."

"이유는 어쨌든 실패는 실패."

로드 자이엔은 남자의 말을 차갑게 가로막고,

"아마도 그 여자, 내 사주라는 걸 눈치챘겠지. 그렇다면 하찮은 반격을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전에-"

똑. 똑.

로드의 말을 막은 것은 문을 두드리는 작은 소리였다.

"뭐냐!?"

조급하게 외치는 로드의 목소리에 문을 열고 나차난 것은 성에서 일하는 한 명의 노 문관이었다.

"...아... 로드와 만나고 싶다는 손님이 오셨습니다만..."

쇠약해서 비틀거리는 노 문관의 말에 로드는 점점 열을 올리며,

"에에잇! 복잡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크게 소리치다가 자이안은 별안간 말을 잘랐다.

-혹시 그 여자가 찾아온 건가?

아니, 아니면 피리오넬 왕자 일행!?

"뭐 좋다! 그래서? 누가 무슨 용건으로 만나고 싶다고!?"

어느쪽이라 해도 상대를 확실히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고 물은 말에 노 문관은 뭔가를 생각해내는 듯이 잠시 생각하고,

"...아... 잘은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여자 아이가 로드를 처벌하고 싶다던가..."

"들여보내지 마아아아앗! 그런 녀석!"

"훗! 이미 늦었어!"

로드의 분노의 목소리 조차 누르고 낭랑한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뭐야!?"

"저... 저 목소리는!?"

목소리에 놀라는 로드와 남자들.

"로드 자이엔! 당신의 수많은 악행은 이미 하늘이 아는 일! 자신이 행한 일을 뉘우치고 얌전히 벌을 받으세요!"

말과 함께 열린 문에서 방 안으로 발을 딛은 것은-

 

째애애애애애애앵!

 

순간, 로드 자이엔은 무심코 그 자리에 경직했다.

그것은 - 아는 얼굴이었다.

로드라는 직책인 이상 왕국의 행사에는 당연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그 때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부친과 전혀 닮지 않은 사랑스러움이 인상에 남았다.

성왕국 세일룬 제 1 왕자 피리오넬의 둘째 딸. 이름은 분명, 아멜리아 윌 테슬라 세일룬!

-우와아아아아아아앗!? 어째서 왕족이 직접 날 처벌하려고!?

머리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로드를 내버려두고 사정을 모른 채 멋대로 얘기를 진행하는 남자들.

"-이자식! 그 때의 젠장맞을 꼬마! 어째서 여기까지!?"

질문을 받고 아멜리아는 자랑스러운 듯이 가슴을 펴고 비틀비틀 서 있는 노 문관을 처어억! 가리키며,

"그 할아버지의 뒤를 당당히 따라갔더니 아무도 막지 않았던 거야!"

"이놈! 그 여자의 동료냐!?"

"그렇다!"

"안됐지만 마약에 대한 것, 국왕에게 알릴 수는 없어서 말이야! 처치해 주겠다!"

로드 자이엔이 겨우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얘기는 말로 얼버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너... 너네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엔 실수는 없습니다!"

제지할 생각의 로드의 말을 잘못 받아들이고 남자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아멜리아를 향해 덤벼들었다!

주문을 외울 시간은 없다. 남자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찌이이이이잉!

선두의 남자의 움직임이 일순 얼어붙는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승리를 확신하고 방심이 섞인 일격은 확실히 다소 날카로움이 빠져있었으리라.

하지만-

설마 맨손의 여자아이에게 내려친 검날이 꺾일 줄이야!?

남자가 자신으로 돌아가기 보다 먼저.

"핫!"

 

퍼어억!

 

힘차게 꽂은 아멜리아의 오른쪽 주먹이 남의 명치에 박히고 있었다.

비명조차 지를 사이도 없이 정신을 잃고 남자는 그대로 날아갔다!

"뭣!?"

뒤에 있던 한 사람이 사정조차 알지 못한 채로 함께 날려져 로드의 옆에서 흰자위를 드러냈다.

"히이이이이이익!?"

자이엔이 비명을 지른 그 때에는 아멜리아가 날린 발차기가 허둥대는 남자 또 한 명을 땅에 뻗게 하고 있었다.

"...이 녀석!?"

"강해!"

앗 하는 사이에 세 사람을 쓰러트려, 과연 아멜리아의 실력을 알아봤는지 남은 두 사람은 신중하게 간격을 취했다.

그 싸움의 범위에서 벗어난 곳에 있으면서 로드 자이엔은 끝까지 몰려 있었다.

부하들의 성급함 탓에 왕족 상대로 마약 거래에 대한 것을 나불나불 떠벌인 끝에 문답무용으로 덤벼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발뺌할 수는 없다.

-사형이다! 부우우우운명히 사형이다아아앗!

모든 것을 어떻게든 꾸며내는 것 따위 무리이다. 하지만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 있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뚫고나가 보물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라도 도망치는 것.

로드의 지위와 권력은 물론 잃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목숨이 아깝다.

그렇다면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면-

탓!

아멜리아와 남자 둘이 서로 노려보고 있는 틈을 찌르고 자이엔은 대쉬로 가까운 벽에 달라붙었다.

숨겨둔 스위치에 손을 대고-

순간, 뻐끔히 벽에 구멍이 열려 자이엔은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비밀 문에 비밀 방, 비밀 통로는 악덕 영주의 생활 필수품이다. 그가 지금 사용한 것도 그런 비밀 문 중 하나였다.

"자, 자이엔님!?"

"혼자서 도망치지 말아주세요!"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는지 남은 두 사람은 검으로 아멜리아를 견제하면서도 당황해서 자이엔의 뒤를 쫓으려 한다.

거기에 틈이 생겨났다.

미미한 - 그러나 아멜리아가 찌르기엔 충분할 정도의 틈이.

탕!

아멜리아가 바닥을 찼다.

남자들의 주의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갔을 때 그녀는 쓰러진 남자가 떨어트린 검을 두 사람을 향해 던지고 있었다.

"큭!?"

키잉!

반은 반사적으로 남자 한 쪽이 날아오는 검을 자신의 검으로 허둥지둥 쳐서 떨어트린다.

하지만 헛점 투성이가 된 그 일순, 아멜리아는 남자의 품에 뛰어들고 있었다.

 

퍽!

 

용솟음치는 듯한 어퍼 컷이 남자의 턱을 그대로 붙잡았다.

몸을 뒤로 젖히고 쓰러지는 남자에게 말려들지 않으려고 남은 남자가 허둥지둥 몸을 피한다.

그러나 그 움직임도 아멜리아에게는 예상했던 것이었다.

콱.

팔꿈치를 착실히 안면으로 받고 남자가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하면서-

아멜리아는 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발을 멈추니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 하나.

"...젠장!"

로드 자이엔은 혀를 차고 다시 뛰어나갔다.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쫓아오는 것이 한 사람 - 이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상황은 예상이 되었다.

"...도움도 안되는 놈들이! 이렇게 되면..."

이윽고 얼마 가지 않은 사이에 비밀 통로를 빠져나가 성의 일각 - 응접실 가까이로 나갔다.

그가 살아남으려면 어쨌든 이 자리를 피하는 것밖에 없지만 아멜리아가 있어서는 그것도 아마 무리인 일.

그렇다면 - 말살할 수밖에 없다. 아멜리아를.

그것이 자이엔이 낸 결론이었다.

다이아나와의 분쟁을 예상하고 만약을 위해서 솜씨 좋은 경호원을 고용해 뒀었지만 설마 이런 형태로 도움이 될 줄이야.

"선생! 부탁합니다!"

"...훗훗훗훗..."

응접실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던진 비명에 가까운 로드의 말에 돌아온 것은 음울한 낮은 웃음이었다.

채애애애앵.

검을 뽑는 금속음과 함께 약간 어두운 방 안에 둔탁한 은광이 번뜩였다.

냉기와도 닮은 남다른 살기에 로드는 무심코 뒤로 물러섰다.

고용주인 로드가 그만 경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 남다른 살기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드디어 벨 수 있는 거군."

말하고 그녀는 천천히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아직 젊은 여자 - 나이라면 20세 전후 정도이겠지. 긴 흑발을 포니테일로 정리한 미인이긴 하지만-

특징적인 것은 허리에, 등에, 몇개씩이나 검을 차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그녀가 뽑아든,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등에 꽂혀있던 이국풍의 편날 장검.

"무, 물론입니다! 내 뒤를 쫓아오는 녀석이 있으니까 거침없이 베 주세요! 레미씨!"

"우후... 우후후후후후. 좋아. 거침없이 �� 베 주겠어."

완전히 간 눈동자로 말하면서 날름, 칼날을 혀로 핥는다.

"찾았다!"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울린 것은 그 때였다.

 

사아앗.

순간. 아멜리아의 전신을 오한과도 닮은 것이 달렸다.

눈 앞에 서 있는 여검사가 내뿜는 살기였다.

기미로 알 수 있다. 상대는 좀전에 쓰러트린 5인과는 명확히 격이 틀렸다.

설령 품으로 뛰어든다 해도 보기에 무기를 복수로 가지고 있다. 단검같은 걸로 공격당하면 그걸로 디 엔드.

-그렇다면 거리를 두고 주문으로-

생각한 그 순간.

"레미 마틴... 간다!"

필살의 기합과 함께 여검사는 바닥을 찼다!

힘차게 내딛음과 동시에 은색 빛이 번쩍였다.

-빨라!

허겁지겁 뒤로 물러서는 아멜리아. 반격의 틈을 보이기는 커녕 몸을 피하는 것만 해도 버겁다.

설령 일격을 피해도 검날을 뒤집어 다시 일격. 흐르는 듯한 연속타에 남은 수단은 뒤로 물러서는 것 뿐.

하지만 - 뒤로 물러서면서도 단순한 주문 정도라면 외울 수 있다.

"에르메키아 란스!"

피할 수 있을 리 없는 지근거리에서의 일격이었다.

그러나!

종이 한 장 차이로 아멜리아의 예상을 뛰어넘은 몸놀림으로 레미는 주문의 일격을 피한다.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거군..."

레미는 나지막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조금 신중하게 아멜리아와의 간격을 취했다.

"그 정도의 실력이 있으면서 뭣때문에 악에 가담하는 거죠!?"

...훗...

아멜리아의 말에 레미는 작은 웃음을 띄우며,

"나한테는 정의도 악도 없어... 어쨌든 뭔가를 벨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끝없이 위험한 그 대사에, 그러나 아멜리아는 기죽는 일 없이,

"그럼 정의가 아닌 악 쪽을 벤다면 문제없이 마음껏 벨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꿈틀.

-마음껏 벨 수 있다-

매혹적인 그 한마디에 레미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우후... 우후후후후후후후..."

흔들, 레미가 돌아본다.

뒤에 서 있는 로드 쪽을. 은의 칼날을 핥으면서.

"그것도 그렇네..."

"자... 잠깐 기다려어어어어어엇!"

외치는 로드에게 다가서는 레미.

"우히이이이이이이익!?"

공포로 허리라도 삐끗한 건지 로드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런 그를 향해 레미는 검을 들어올리고-

"기다려요!"

뒤에서 들려온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레미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고,

"설마 - 역시 베지마, 라고 말하진 않겠지?"

"말하지 않습니다!"

"말해주세요오오오오오오옷!"

확고히 잘라 말한 아멜리아에게 눈물이 범벅이 되어 외치는 자이엔.

"도대체 어째서 아멜리아님이 이런 곳에 계신 겁니까!"

"왕궁에 있었더니 심심해서요!"

"우오와아아아아아아앗!"

또다시 확고히 대답한 아멜리아의 말에 로드 자이엔은 머리를 감싸안았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약에 대한 것을?"

"다이아나씨에게 들었습니다! 자아! 대답해 주세요! 당신이 관계한 마약매매 조직에 대해서!"

그 말을 들은 자이엔은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모르시는 겁니까...? 제가 묵인해 줬던 마약 거래를 하고 있는 상인이 그 다이아나 크레인인데요."

 

"-기다렸어. 아멜리아씨."

아멜리아와 레미가 꽁꽁 묶은 로드 자이엔을 끌고 다이아나의 집에 쳐들어갔을 때-

그녀는 혼자서 향을 피운 현관 홀에 서 있었다.

아멜리아가 나갔을 때와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 넉넉하고 익숙지 않은 디자인의 옷에 입가를 감싼 베일이 수상한 점술가 같은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다.

"얘기는 들었어요!"

아멜리아는 다이아나를 처어억! 가리키고,

"돈과 색기로 로드 자이엔에게 아첨하여 마약 매매를 묵인시킨다! 그 로드를 나를 이용해서 말살하려고 하다니 끝없는 악역비도(惡逆非道)! 그래서! 여기서 정의의 철퇴를 내리겠습니다!"

"...후..."

아멜리아의 말에도 그러나 다이아나는 여유로운 얼굴로 작은 웃음을 띄우며,

"대체적으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난. 로드가 마약 매매에 관계하고 있다. 그 일을 알고 있는 나를 로드는 없애려고 했다. 그렇죠?"

"...으..."

질문을 받고 로드는 말문이 막혔다.

"아마도- 세일룬의 피리오넬 왕자가 제국 시찰의 여행을 떠났다던가 하는 소문을 듣고 마약에 관한 게 들통나면 큰일이다, 그래서 날 없애서 모른척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런 거겠죠?"

정확히 급소를 찔려 로드는 완전히 침묵했다.

"후... 그렇다는 걸 알았다면... 이 여자도 베면 되지? 아멜리아."

말하고 검날을 핥으며 스윽, 하고 걸어나오는 레미에게 그러나 다이아나는 역시 여유로운 사선을 보내며,

"날 베도 좋을지 어떨지- 그런 걸 생각할 필요는 없어. 당신은."

"필요없다고?"

다이아나의 말에 레미가 무심코 눈살을 찌푸린 그 때.

"-웃!?"

신음하고 털썩 무릎을 꿇은 것은 묶인 채의 로드 자이엔이었다.

"...서... 설마...?"

"그런 거야."

다이아나는 득의에 가득차서 한번 끄덕이고,

"아멜리아를 당신에게 보낸 시점에서 싸우게 되리라는 건 알고 있었어. 아멜리아가 진다면 자이엔씨, 당신과. 아멜리아가 이겨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아멜리아와. -그래서, 나는 이렇게 훌륭히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야."

"...마약... 인가..."

몽롱해진 의식 중에서 그래도 로드는 어떻게든 말을 쥐어짜냈다.

"그런 거야. 이곳에는 마약이 잔뜩 피워져 있어. 난 이 특제 베일 덕분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말이야. 약을 마시고 붕 떠서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됐을 때... 처분해 주겠어."

"이놈 다이아나 용하지 않으리라!"

"뭣!?"

올려퍼진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다이아나의 웃음이 굳어졌다.

"이 판에 이르러서 이런 우매한 꾀를 부리다니!"

로드는 확실히 무릎을 꿇고 있지만 아멜리아와 레미, 두 사람은 약이 통하고 있는 기미는 없다.

"말도 안 돼!? 약이 통하지 않아!?"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잔재주같은 건 통하지 않아요!"

"어쨌든 베고 싶다는 욕망 앞에서는 이런 약 따위는 보잘것 없는 거야. 후후후후후후후후후."

"...바보... 가..."

두 사람의 말 사이에 뒤얽힌 로드의 중얼거림이 다이아나의 귀에 닿는다.

"...원래부터 정신상태가 붕 떠있는 녀석들을... 약으로 더 기분을 높여주면 어떡해..."

"히이이이이익! 아차아아아아아앗!"

외치는 다이아나에게 레미는 완전히 맛이 간 눈을 항하며 왼쪽 손에도 검을 들고,

"1번! 레미! 베겠습니다!"

"2번! 아멜리아! 막지 않습니다!"

"꺄아악!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어어어어어엇!"

다이아나의 비명이 주위에 메아리쳤다.

 

-이리하여.

하나의 - 아니 두개의 악은 멸망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악이 있는 한 아멜리아의 정의의 사명은 끝나지 않는다!

그 악을 어떻게 하는 것 보다 먼저 레미를 어떻게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기분탓인 걸까!?

자잘한 것은 제쳐두고 이리하여 아멜리아의 심심풀이 근방 여행은 계속되는 것이었다!